Understanding & Practicing Philanthropy

자선을 넘어서 '필란트로피'로

한 때 자선사업에 자신의 재산을 쏟아 붓던 빌 게이츠(Gates)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은 돌연 지금까지의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자신의 일이 고통 받는 사람들의 표면적인 문제만 해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문제의 본질적 원인을 변화시키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를 '필란트로피를 통한 해결'이라고 부를 수 있다. '필란트로피'는 인간애를 의미하는 그리스어로, 단순히 자선활동을 통해 눈에 보이는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사회의 근본적인 병폐를 고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적정 기술 개발을 통한 기아 문제, 환경 문제의 해결도 필란트로피의 한 방법이다. 특히 이제까지의 자선 활동은 변화를 측정하기 힘들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필란트로피는 도움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측정하는 것을 필수적인 사항으로 생각해, 보다 구체적으로 사회를 이해하고 활동을 계획한다.

2015년 2학기부터 국내 최초로 우리대학에서 필란트로피를 가르치는 교양 과목 '필란트로피의 이해와 실천'이 신설된다. 16주간 3시간씩 진행되는 수업은 필란트로피의 이론적인 이해와 분야 전문가의 특별강의, 학생들의 토론과 실질적 과제 해결을 통해 진행된다. 수업은 '이해와 실천'이라는 이름 그대로 학생들에게 교실 안에서의 학습과 교실 밖에서의 실습을 함께 강조할 예정이다.

"이해와 실천, 두 가지 모두 중요해"

강의를 담당하게 된 비케이 안(Bekay Ahn)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은 국내 3000여 명의 리더들에게 필란트로피 교육을 실시한 전문가. 그는 타인을 돕는 일 역시 교육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한다. "유대인들에게는 '쩨데카' 문화가 있습니다. 집 안에 통을 두고 그 곳에 돈을 모아요. 통 가득 돈이 모인 후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이 돈을 어떻게 쓸까 의논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어린 아이에게 의견을 먼저 묻습니다. 아이가 같은 반에 있는 어려운 친구에게 돈을 주자고 해요. 그 때 집안의 연장자가 '과연 그렇게 하면 네 친구는 기분이 좋을까?'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아이는 조금씩 타인을 돕는 일이 나와 남, 모두 기분 좋아야 하는 일이라는 걸 배워가요. 하지만 우리는 그럴 기회가 없습니다. 도움이라는 것은, 배움 없이 할 경우 나와 남 모두에게 헛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죠."

안 소장은 이해뿐 아니라 실천 방법도 이전과는 달라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영리 기구와 영리 기구 모두 모금을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부자의 심리와 철학, 기금의 관리와 통계 등을 모두 알아야만 제대로 된 모금과 자금 관리가 가능하죠. 이전처럼 길에서 음료수를 팔아 돈을 모으는 방법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는 지난 해 경영대학에서 진행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도 필란트로피에 관한 팀 프로젝트 과제를 통해 학생들의 가능성을 살펴본 경험을 설명했다. "한 조가 된 학생들이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즈'(Asia Philanthropy Awards)라는 시상식에 직접 참여했어요. 학생들이 펀딩부터 기획까지 도맡아 해 성공적으로 시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 펀드레이저, NPO상 등을 준비하면서 직접 전문가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기자를 상대하는 법이나 기금을 마련하는 법 등을 손수 실천해볼 수 있었습니다. 한 편, 이런 교육이 인문계열 학생들의 창업 아이템이 되기도 하죠."

안 소장은 학생들에게 "수업의 이름 그대로의 교육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은 '이해'와 '실천'을 모두 가르치는 것이 목표입니다. 때문에 현존하는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하는 철학적인 이해와 실질적 경험을 모두 요구해요. 특히 교실 안에서 하는 '브레인스토밍' 만큼 '바디스토밍'(Bodystorming)을 중요시합니다. 직접 뛰어다니고 움직이도록 격려하면서 학생들이 필란트로피를 체화시킬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사랑의 실천,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관문

안 소장은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들과 사회 리더들에게 필란트로피에 관한 수업을 진행했지만 생각보다 일상에 필란트로피가 녹아 들도록 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한양대학교의 '사랑의 실천'이라는 학풍 아래에 있는 대학생들이라면 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하버드를 졸업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들고 뉴욕으로 가, 25만불 연봉을 받는 안정적으로 일자리에 정착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으로 가는 대신 시카고에 있는 흑인촌의 조그만 비영리 단체로 들어갑니다. 남을 사랑하며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일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안 소장은 수업 안이 아닌 밖에서라도 필란트로피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작은 기대를 품고 있다고 말했다. "남을 돕고자 하는 바람,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변화를 일으킬 미래 세대가 단순히 나이가 들어 리더가 되기보다는, 전 사회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각오를 갖고 사람들을 이끌어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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