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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7] 문화기부 활성화 방안 (1) 모금전문가 양성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 亞 최초 국제공인 모금전문가 인증받아 국내 ‘돈 받아내는 사람’ 인식 입지좁아 “관리·통계 지식갖춘 직업인 육성 시급”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부 유도 후원 목적·미션 정확한 전달이 중요 윤리성·사명감·헌신적 자세도 필수 아름다운 변화 이끄는 ‘착한 브로커’ 우리는 문화예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문화를 향유하며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한 국가의 의식과 성숙도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제조업이 경제성장의 중심이었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문화융성이 하나의 대표 콘셉트로 자리 잡은 시대다. 하지만 공공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문화예술계는 재정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욱이 대부분의 기부가 복지분야에 편중돼 있어 문화기부는 여전히 더딘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화기부 활성화를 위해 이제는 각종 문화예술단체에서 적극적인 ‘모금’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선 모금업무를 담당할 ‘모금전문가’가 양성돼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모금전문가는 단순히 모금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통해 기부자에게 모금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잠재기부자에게도 모금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기부자로 발전할 수 있도록 이끌며, 모금활동의 이유와 목표를 명확히 인지해 모금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하지만 문화계에서 모금전문가가 자리잡기란 현실적으로 만만치 않다. 전문가의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하더라도 열악한 재정여건 때문에 고용수요가 거의 없는 상태며, 이 때문에 모금전문가가 체계적으로 양성되기에도 어려운 구조다. 이는 다시 결과적으로 인력이 없어 전문가를 고용조차 할 수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대인들에겐 ‘쩨다카(Tzedakah)’ 문화라는 게 있습니다. 집안에 통을 두고 그 곳에 돈을 모으죠. 돈이 가득 모인 뒤 가족들이 돈을 어떻게 쓸까 의논하고, 가장 어린아이에게 먼저 의견을 묻습니다. 아이는 어려운 친구에게 돈을 주자고 말합니다. 그러면 어른이 ‘그렇게 하면 네 친구는 기분이 좋을까?’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타인을 돕는 일이 나와 남 모두에게 좋아야 하는 일이라는 걸 배워갑니다. 다시 말해, 생각없이 휩쓸리듯 기부를 하고 도움을 주는 건 헛된 일에 불과합니다. 기부에도, 모금에도 이제는 전문화된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국기부문화연구소(ICNPM, International Council for Nonprofit Management) 대표 비케이 안(Bekay Ahn) 소장은 국제모금인증기관으로부터 국제공인 모금전문가(CFRE) 인증을 받은 아시아 최초의 인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CFRE 자격증을 갖고 모금전문가 활동을 벌이는 자들이 5천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국내에는 5명이 채 되지 않는다. 안 소장은 “모금전문가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금원 정도로 취급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돈 받아내는 사람’ 정도일 뿐, 전문가라는 인식이 없다 보니 아직 상당히 입지가 좁은 편”이라며 “선진국에서는 모금전문가가 단순히 돈을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으로 기부를 이끌어내는 ‘기부자를 길러내는 자’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결국 모금에 가치를 느끼고, ‘사람’에 대한 투자가 전문성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모금전문가가 하나의 전문 직업인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모금을 위해선 기부자의 철학·심리를 비롯해, 기금의 관리·통계 등 관련 지식을 갖고 있어야 제대로 된 관리가 가능하다”며 “이 세상 모든 것은 돈과 연관돼 있다. 모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이 분야에 대한 체계적인 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문화기부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다. 안 소장은 “인간의 욕구 중 가장 높은 것이 ‘자아실현의 욕구’다. 이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바로 문화다. 문화기부 운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선 인간의 자존감·본성과 맞물려 있는 이 부분을 잘 활용해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국내에서 기부·모금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로 ‘아름다운 재단’과 ‘희망제작소’ 등이 대표적이다. 희망제작소 김희경 선임연구원은 “후원자들이 왜 후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가치를 심어줘야 한다. 문화분야는 후원으로 인한 변화나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과 함께 후원의 본질적인 목적과 미션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각종 친목단체를 운영하다 보면 자연스레 후원자들 간 네트워크가 형성되는데, 이는 후원도 하고 활동도 할 수 있는 하나의 터전이 마련되는 셈”이라며 “신규후원자의 경우 사무실로 초대해 직접 밥을 지어서 대접하기도 하는데 이 또한 그들에겐 하나의 기쁨이 된다고 생각한다. 후원의 기쁨이 없다면 후원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9년간 자선기관에서 모금전문가로 활동해 오다 문화예술분야로 자리를 옮겨 3년간 종사해 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후원센터 김태진 팀장은 문화기부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김 팀장은 “문화예술분야는 성격상 기부시장에 있어서 긍정적이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며 “예술기관과 단체의 기부금 유치를 위해선 문화예술분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운영돼야 하며, 기부캠페인도 장기적·지속적으로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금가는 기부자의 기부금을 유치하고 적절한 곳에 사용을 돕는 일을 하기에, 윤리성·가치·사명감이 필수며 자선의 마음과 헌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착한 브로커’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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