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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가 문제?

김현수, CFRE

 

   며칠 전 몇 명의 모금가들을 한 자리서 만났다. 그들의 무한한 모금고민 중 하나가 이사회였다. ‘과연 이사회가 모금에서 중요한가, 어떻게 이사들을 모금에 참여시킬 것인가, 이사회의 모금역할은 미국에나 해당되는 이야기 아닌가’ 등의 논의들이 이어졌다.

 

   필자가 모금방법론에 대해 강의할 때는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던 수강생들도 모금에 있어서의 이사회 역할에 대해 설명하면 얼굴에서 절망감이 뚝뚝 떨어진다. ‘현재의 이사회는 모금의 ‘ㅁ’ 도 생각하지 못하는데 그들에게 무슨 모금의 주요한 역할을 기대하란 말인가? 과연 그렇게 될 수 있겠냐?’는 절망감일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바꾸고 싶다고 한들 그런 권한이나 영향력이 현장 모금가들에게 있기냐 하냐는 의문까지 들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사회를 모금에 더 참여하도록 만드는 방법(How to make your board on board) 에 대한 세미나와 책이 끊임없이 나오고, 미국 병원 모금 분야에서 35년이상 몸 담아온 Steve West (전 AHP 회장)도  ‘이사들이 요청하지 않고 모금에 참여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는 것을 보면 이사들이 모금에 참여하도록 하는 과제는 비단 한국만의 것은 아닌 것 같다.

 

   필자는 얼마 전 한 장학재단의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모금에 있어 이사회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일이 있었다. 이 재단은 10년 이상 운영되어왔지만 이사회의 역할은 미미했고, 당연히 활동도 그러했다. 그러다 다시 재단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그 발족 이사회의 성격으로 신임 이사들이 모였다. 회의 초반은 한국의 미래, 인재 교육에 대한 자연스런 토론이 이어지더니 본론으로 들어가 장학기금 모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런데 한 시간 남짓한 회의에서 필자가 보는 모금이 성공하기 위한 주요한 원리들이 이사들의 입에서 절로 하나하나 나오는 것이 아닌가? (물론 기본적인 자료는 실무진들이 제공했지만 말이다.)

 

   그들의 입에서 스스로 누구를 위해 얼마나 모을 것인가, 어떻게 모금할 것인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어떻게 예우하고 보고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과 제안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더욱이 “우리가 발로 뛰어야 해요”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게 웬일인가?

 

   더욱이 회의 말미에서는 이사장이 얼마를 기부할 계획이라고 했고, 다른 이사는 5천만원을 기부할 것을 오래 전부터 생각해 통장에 넣어뒀고 야금야금 쓰고 있으니 얼른 가져가라는 것이었다. 또 한 이사는 본인이 몸담은 친목단체에서 적어도 1명의 장학금은 영구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하였다.

 

   ‘어머! 이 이사회 수준 정말 높네. 모금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이사회였다. 이쯤이면 독자들은 이 이사회가 이만큼 모금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된 요인이 무엇일까 궁금할 것이다. 필자가 분석한 요인은 이렇다.

 

   첫째, 이사들이 재단과 수혜자에 대한 애정이 있고, 지난 몇 년간 그 애정을 여러 활동을 통해 보여준 사람들이었다.

둘째, 이들은 재단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인식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공유하고 있었다.

 

   셋째, 리더십이었다. 리더가 오랜 기간에 걸쳐 단체를 위해 개인적인 시간과 지식, 재산을 들여 헌신적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그것을 봐 온 이사들은 리더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넷째, 이사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분명했다. 일년에 몇 번의 모임을 가질 것인지부터 이사들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위촉 당시부터 형성되었고 동의한 이들이 이사가 되었다.

 

   다섯째 요인은 오랜 준비기간 동안 담론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모든 해답은 누구를 이사로 모셨는가에 있었다. 필자가 이사후보명단을 선별하는데 도움을 주었는데, 그 선별기준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사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모금에 참여시키기 전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사들을 제대로 뽑아라. 그러면 절반은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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