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예우가 좋은 걸까?

 

                                                                    김현수, CFRE

 

   아래 세가지는 최근 필자의 눈에 띈 기부자의 예우와 관련된 사례이다.

 

          사례 1. 얼마전 서울의 한 지역에서 학교폭력, 성폭력 피해 학생들 중 경제적 필요가 있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면서 학생들이 수여식에 참석해야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례 2. 몇 달 전 미국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연례기부 (Annual Fund)를 요청하고, 기부를 한 학부모의 자녀들은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오는 날(Dress-down Day) 을 갖고 반 단체 사진을 찍어 학부모들에게 보낸 일이 있었다.

 

          사례 3. 국제아동구호기관에 20년 이상 기부를 해 오고 있는 60대 여성기부자는 1:1 결연을 한 아이가 편지와 사진을 보내오면 답장을 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한다.

 

   첫째 사례를 살펴보자. 단체에서 행사를 전원참석으로 기획한 이유는 기부자들에게도 수혜자를 직접 보고 장학금을 수여함으로써 기부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학생들에게도 사회의 돕는 손길을 기억하고 다른 이를 도와줄 수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며 좋은 교육의 기회로 삼고 싶어했던 것이리라.

 

   모금현장에서도 기부자들이 가장 감동을 받는 예우 중 하나는 수혜자와 기부자가 직접 만나 감사의 표현과 교감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날 67명 중 5명의 학생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스스로를 경제적 곤란자, 학교폭력, 성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을 공표하는 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들은 속으로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장학금이란 말입니까?’라고 외치고 있었을지 모른다.

 

   미국 사립학교의 ‘사복 입는 날’ 은 어떻게 되었을까? 기부는 강제가 아니었지만 사진을 통해 부모님이 기부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선생님, 친구들, 학부모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를 전학시키려 하였고, 모금가들 사이에서도 역겨운 모금방법이라는 비판이 일어났다. 이렇게 함으로써 더 많은 학부모가 참여하기를 의도한 것이겠지만 결국 학부모에게도 어린 학생들에게도 씁쓸한 경험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어떤가? 의도하든 하지 않든 체면이라는 기재를 작용시켜 기부를 하게하는 모금전략을 취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는가? 필자가 모금분야에서 막 시작할 때 어떤 분이 모금은 절반의 감동과 절반의 강제라고 한 적이 있다. 과연 그럴까? 아직 한국에서 모금하려면 ‘분빠이’ (분배의 일본어 표현)라는 방식을 동원하고, 체면을 기재로 작동시켜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당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리라.

 

   셋째 사례의 할머니께서는 왜 그러셨을까? 이 분은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육시설에서 보낸 적이 있고, 미국에 있는 기부자들에게 보낼 사진을 위해 단체사진을 찍고 감사하다고 절절이 편지를 적었던 기억이 무척 싫었다고 했다.  수혜 받는 아이에게도 혹시나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편지는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셨단다. 한 편으로는 도움을 받는 아이와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실 수 있을 텐데 채널을 닫으시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지만 할머니는 이렇게라도 수혜자를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기부자는 경험도, 생각도, 기부 동기도 다르다. 기부자의 생각이 다양할수록 모금가는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도대체 모금가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얼마나 깊이 알아야 하는 걸까?)

 

   장학금을 받으려 참석한 학생들, 그들과 사진을 찍는 기부자들, 친구들은 사복 입는 날 교복을 입고 간 아이, 친구가 교복을 입고 온 것을 본 아이들, 그렇게 기획할 수 밖에 없었던 기획자들… 모두 우리는 기부와 관련된 나쁜 추억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장 기본적인 원칙, 우리가 누구를 위해 모금하고 있는가? ‘모금의 기본은 배려’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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